
퇴직연금 계좌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 저는 솔직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없었습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만 가득 담겨 있었고, 수익률은 2%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S&P 500 ETF였습니다. 이 글은 그 선택 이후 약 2년간 30% 이상의 수익률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단순히 S&P 500만 담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저의 고민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S&P 500 ETF, 왜 퇴직연금에 담았나
S&P 500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수익성, 유동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 상위 500개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입니다. 여기서 유동성이란 시장에서 주식이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고팔기 쉬운 종목만 편입된다는 의미입니다. 분기마다 재심사를 통해 기준 미달 기업은 즉시 제외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우량 기업에만 노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제가 퇴직연금에 S&P 500 ETF를 높은 비중으로 담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단기 수익에 눈이 멀면 쉽게 매도 버튼을 누르는 성격이라, 손대기 어려운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장기 투자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퇴직연금이라는 틀 안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흔들릴 때 버티는 힘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복리 효과(Compound Interest)의 위력은 숫자로 봐야 실감이 납니다. 복리 효과란 원금에 붙은 이자가 다시 원금에 합산되어 그 다음 기간의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시간이 길수록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매달 50만 원씩 20년간 금리 3.5%짜리 예금에 넣으면 약 1억 5천만 원이 모이지만, 연평균 수익률 10% 수준의 S&P 500 ETF에 투자하면 같은 기간 약 4억 2천만 원까지 불어납니다. 저는 이 차이를 보고 나서 더 이상 예적금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저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년 만에 30%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이 기간이 미국 증시에 우호적인 국면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 당시에도 S&P 500은 한 달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가, 6개월 뒤 본전을 회복하고 2년 뒤에는 코로나 이전 대비 40% 이상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버티는 것이 전략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증명한 셈입니다.
국내에서 S&P 500 ETF를 고를 때 확인해야 할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운용 규모 1조 원 이상 여부 (안정성 확보)
- 일평균 거래대금이 충분한지 (매수·매도 용이성)
- 총보수(수수료)가 0.03~0.07% 수준인지 확인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TIGER S&P 500처럼 거래량이 높고 수수료가 낮은 국내 상장 ETF를 활용하면 환전 없이 바로 매수할 수 있고, 연금저축계좌에서는 연간 최대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16.5%)를 받을 수 있어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ISA 계좌와 연금저축계좌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체감 수익률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S&P 500만으로는 아쉽다, 나스닥 100과의 조합
S&P 500 ETF가 안정적인 장기 우상향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S&P 500은 금융, 헬스케어, 에너지 등 전통 산업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성장이 집중될 때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다소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스닥 100 지수는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금융업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S&P 500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강세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 수익률 데이터를 보면, 나스닥 100 지수는 지난 20년간 S&P 500 대비 연환산 수익률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왔습니다(출처: S&P Dow Jones Indices).
물론 나스닥 100만 단독으로 담는 것은 저도 불안했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은 80% 가까이 폭락했고, 회복에만 15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S&P 500 ETF와 나스닥 100 ETF를 5대 5 비중으로 조합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를 현재 운용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란 여러 자산을 분산하여 구성한 투자 바구니를 의미합니다. S&P 500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나스닥 100이 성장의 가속 페달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투자의 전설 워렌 버핏은 자신이 사망한 후 자산의 90%를 S&P 500 ETF에, 나머지 10%는 단기 국채에 투자하라는 지침을 남겼습니다. 단기 국채(Short-term Treasury Bond)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의 채권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 자산입니다. 버핏이 이런 지침을 남긴 이유는, 전문 펀드 매니저들보다 단순한 인덱스 전략이 장기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그가 제안한 10년 내기에서 S&P 500은 125% 수익률로 펀드 매니저 팀의 36%를 압도했습니다(출처: Berkshire Hathaway Annual Report).
인덱스 펀드(Index Fund)란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별도의 종목 선정 없이 지수 구성 종목 전체에 자동으로 분산 투자되는 상품입니다. 액티브 펀드처럼 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하지 않기 때문에 운용 비용이 낮고, 장기 수익률에서 대다수 액티브 펀드를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금리를 넘어서는 구간에서는 예적금만으로 실질 자산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시기가 반복되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런 환경에서 예금만 고집하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이 떨어지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20년 뒤 은퇴하는 날, 저는 이 포트폴리오가 제 노후를 든든하게 받쳐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매달 꾸준히 적립하는 습관이 복리라는 시간의 마법과 만나면 생각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ETF를 고를지 고민하느라 시작을 미루는 것보다, 일단 한 걸음 내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개인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