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격증이며 어학 점수며 열심히 쌓아왔는데, 어느 날부터 AI 하나로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대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홀가분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럼 나는 뭘로 증명하지?"라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머스크가 말한 '저축이 무의미해지는 세상'이라는 말이 그래서 더 묘하게 걸립니다.
머스크가 그리는 세상, 정말 가능한가
일론 머스크는 2026년 안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달성을 공언했습니다. AGI란 특정 작업에만 특화된 기존 AI와 달리,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작업을 AI가 동등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합니다. 그가 이 근거로 드는 것이 세 가지입니다. AGI 자체,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태양광·배터리 기반의 무한 에너지입니다.
특히 옵티머스 로봇은 테슬라가 2026년 말 연간 100만 대, 2027년에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연간 1,0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 시 한 대당 가격이 2만~2만 5천 달러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예측인데, 이는 인건비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UHI(Universal High Income)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UHI란 정부가 재원을 분배하는 기존의 기본소득과 달리, 재화와 서비스가 너무 풍부해져 돈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머스크는 2020년에도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상용화를 그해 안에 이루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FSD란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모든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주행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예측의 방향은 맞더라도 타이밍은 늘 빗나갔다는 전례가 있는 만큼, 2026년이라는 숫자 하나에 지금 당장 생활 계획을 바꾸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AI 편해졌다고 좋아했더니, 회사가 더 빨리 움직였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좀 다릅니다. AI 덕분에 업무 효율이 올라간 건 맞습니다. 예전엔 따로 시간을 내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부족한 실무 능력을 채우려고 퇴근 후 스터디까지 했습니다. 그 수고로움이 AI 하나로 상당 부분 줄어든 건 사실이고요. 그런데 회사는 그 빈틈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같은 연봉으로 더 많은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 회사는 당연히 그 방향을 택합니다. 실제로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으로 전 세계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이 최대 40%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이 말을 뒤집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의 인력으로 40%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도 이 과도기가 "극도로 험난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직접 인정했습니다. 그가 꼽은 세 가지 위험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 AGI 도래가 예측보다 늦어지는 동안 일자리를 잃고 저축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
- AI와 로봇이 창출한 부가 극소수 소유자에게만 집중되어 AI 귀족과 일자리 없는 민중으로 사회가 양극화되는 상황
- 보편적 고소득 제도가 현실화되기 전 공백기에 실업자들이 빚과 가족 해체를 경험하는 상황
미국 정부가 2025년 7월 서명한 OBBBA(One Big Beautiful Act)는 이 과도기를 버티기 위한 법안입니다. 향후 10년간 약 3조 4천억 달러 규모로, 2025년부터 2028년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에게 1,000달러를 투자 계좌에 지급하는 '트럼프 계좌', 65세 이상 시니어에 대한 6,000달러 추가 세금 공제, SALT 공제 한도 상향 등이 포함됩니다. SALT 공제란 납세자가 연방세 신고 시 주세 및 지방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을 말합니다(출처: 미국 국세청 IRS).
개인정보 보호 없이는 AI 공생도 없다
AI를 쓰면서 제가 가장 조심스럽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업무 자료를 AI에 넣고 분석을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거 넣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2023년 삼성전자에서 직원들이 사내 기밀 코드를 ChatGPT에 입력해 대외비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삼성은 사내 생성형 AI 사용을 한때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동의 없이 외부 AI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정보 보호법이란 개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위치정보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활용할 때 적용되는 법률로,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를 감독합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무심코 고객 데이터를 AI에 붙여넣는 순간,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의 기밀 누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결국 AI와 공생하기 위한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I가 잘하는 반복 작업과 데이터 처리는 과감히 맡기되, 의사결정과 맥락 판단은 사람이 담당한다.
- AI에 입력하는 데이터에서 개인정보와 기밀은 반드시 사전에 익명화하거나 제거한다.
- 2026년 말 AGI 관련 발표를 지켜보되, 최소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저축을 유지한다.
- 본인 업종의 자동화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AI를 다루는 역량 자체를 스펙으로 만든다.
머스크의 예측이 맞다면 AI 관련 자산에 투자한 사람이 혜택을 누릴 것이고, 틀린다면 저축이 버팀목이 됩니다. 양쪽 모두에 대비하는 전략이 지금 시점에선 가장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유토피아가 오든 오지 않든, 그 사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결국 개인의 운명을 가릅니다. 저는 AI를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맹신하는 두 극단 모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잘할 수 있는 것은 AI에게 넘기되, 판단력과 통찰이 필요한 영역에서 사람의 역할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2026년이라는 분기점이 생각보다 멀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