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후 월세 받으며 여유롭게 살겠다는 계획,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본 적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한때 회사 앞에 올라가는 신축 오피스텔을 보면서 저걸 하나 사두면 매달 월세가 들어오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노후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걸, 70대 은퇴 공무원 부부의 이야기를 보고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월 365만 원 소득에 429만 원 고정지출,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 부부의 현재 상황을 숫자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공무원 연금과 월세 수입을 합산한 월 소득이 약 365만 원인데, 고정지출(fixed expenditure)은 429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서 고정지출이란 월세, 관리비, 보험료, 대출 이자처럼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구조입니다.
그 핵심은 아들의 코인 투자 실패로 인한 채무였습니다. 아들은 초반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다가 하락장에 심리적으로 무너지면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부모 집을 담보로 잡혔습니다. 주택담보대출(LTV 기반 대출)과 신용대출 이자만 한 달에 228만 원입니다. 여기서 LTV란 주택담보대출비율(Loan to Value)로, 집값 대비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자만 228만 원이면 연간 2,700만 원이 넘는 돈이 원금 한 푼 줄이지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오피스텔 투자를 검토했을 때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1억 남짓한 오피스텔을 대출로 매입하면 월세로 이자를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따져보니 공실 리스크, 관리비, 수선비까지 더하면 캐시플로우(cash flow)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캐시플로우란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현금 흐름을 의미하는데, 총수입에서 모든 비용을 뺀 순수익이 얼마냐가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얇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 부부가 겉으로는 여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속으로는 '아프면 안 된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두고도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는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노후 빈곤이 수치심과 결합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장면 하나가 잘 보여줍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평균 부채 보유율은 30%를 넘어섰으며, 자녀와 관련된 채무 보증이나 대납이 노후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시세 약 7억 5천만 원인 52평 아파트를 매도한다
- 주택담보대출 약 3억 원을 즉시 상환하여 이자 부담을 끊는다
- 남은 약 4~5억 원으로 25평형 아파트를 3~4억 원대에 매입한다
- 잔여 자금으로 주택연금 전환을 준비하여 월 100만 원의 안정적 수입을 확보한다
- 자녀에게는 전세금을 지원하되, 명의는 부모로 유지해 자립을 유도한다
부실 부동산 광고와 노후를 노리는 투자 함정
그런데 이런 사례가 한 가정만의 이야기일까요? 제가 직접 길을 걷다 보면 플래카드마다 "은퇴 후 월 OO만 원 확정 수익", "시행사 직접 분양, 높은 수익률 보장" 같은 문구가 넘쳐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양 광고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노년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수익형 부동산(income-generating real estate)이라는 개념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서 수익형 부동산이란 임대를 통해 정기적인 현금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으로,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분양 광고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이 공실률, 관리비, 세금, 대출 이자를 제외한 명목 수익률(nominal yield)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명목 수익률이란 실제 비용을 반영하기 전의 겉보기 수익률을 말하는데, 실질 수익률(real yield)과는 꽤 큰 차이가 납니다.
제가 그때 오피스텔 매수를 고민하며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제외한 빌라나 오피스텔은 감가상각이 빠르고 환금성(liquidity)이 낮아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환금성이란 필요할 때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오피스텔은 매수자 풀이 좁아 급매로 내놔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매수하지 않기를 정말 다행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퇴 후 부동산 관련 금융 피해를 입은 60대 이상 가구의 회복 가능성은 젊은 층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대출 상환 능력 저하로 인해 노후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개인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생각해보면, 큰 돈을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명목 수익률이 아닌 실질 수익률을 직접 계산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광고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믿기 전에, 대출 이자·공실률·관리비를 모두 빼고 나서도 수익이 남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그 계산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발을 뺐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부실 수익형 부동산 분양 광고에도 까다로운 심사 기준과 규제가 필요합니다. 노후를 앞둔 분들이 검증되지 않은 수익률 광고에 퇴직금을 통째로 넣고 이자 갚는 노후를 보내는 악순환은 개인의 실수만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부부는 8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결단을 내렸습니다. 집을 팔고 규모를 줄이는 결정이 쉬웠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늦게라도 자산 재정비(asset restructuring)에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후 준비는 수익률 높은 투자를 찾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큰 투자를 앞두고 있다면, 광고 문구보다 먼저 실질 수익률 계산지를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