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적정 생활비로 월 350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준비된 금액은 월 230만 원에 그칩니다. 무려 월 120만 원이 부족한 셈입니다. 저도 최근에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이 현실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미취학 아이 하나에 대출, 보험, 공과금까지 더하니 생활비가 이미 200만 원을 훌쩍 넘어 있었거든요.
부동산 비중이 발목을 잡는 이유
5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 5천만 원입니다. 언뜻 보면 꽤 탄탄해 보이지만, 문제는 그 안을 뜯어봤을 때입니다. 이 중 4억 6천만 원이 주택 같은 부동산 자산이고,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9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확인됩니다(출처: 통계청).
9천만 원으로 30년에서 40년의 노후를 버텨야 한다면, 계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집이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합니다. 이건 유동성 착시에 가깝습니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필요할 때 빠르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부동산은 이 유동성이 매우 낮은 자산입니다. 집을 팔려면 시간이 걸리고, 팔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도 달라집니다.
한국의 평균 땅값이 일본의 4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집값이 장기간 하락했고, 지금도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인구 감소 속도로 보면 한국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이 퇴직 시점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맞추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 부분이 제일 불안합니다. 지금 저축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금융자산을 늘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방향은 알아야 대비라도 할 수 있습니다.
퇴직 전 자산 구조 조정 시 고려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린다
- 주택연금을 활용해 부동산을 현금 흐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 가계 부채를 퇴직 전에 최대한 줄여 고정 지출을 낮춘다
- 퇴직 후 지출이 다시 늘어나는 85세 이후의 의료비·간병비를 별도로 준비한다
연금 현실과 은퇴 후 지출 패턴
선진국은 은퇴 후 연금이 주 수입원인 비율이 60~9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30%에 그칩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이나 군인처럼 직역연금이 있는 경우를 빼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0만 원 수준입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모두 합쳐도 월 10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퇴직연금이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사전에 적립해두는 제도로,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뉩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고,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퇴직 후 연금 형태로 받으면 국민연금 부족분을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은퇴 후 지출 패턴은 이른바 스마일 곡선을 따릅니다. 스마일 곡선이란 은퇴 직후에는 지출이 줄었다가, 70대 중반을 거쳐 85세 이후 의료비와 간병비가 늘면서 지출이 다시 급증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 패턴을 모르면 은퇴 초반에 안심하다가 후반에 자금이 바닥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진지하게 꿈꿨습니다. 일찍 은퇴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이 목표였거든요. 그런데 숫자를 직접 계산해보니 그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됐습니다. 급여 300만 원 미만에 생활비 200만 원 이상이라면, 투자 원금 자체가 쌓이지 않으니까요.
제2의 인생, 얼마나 준비하고 있습니까
일본에서는 70대 남성 취업률이 46%에 달합니다. 아파트 관리인 자리에 50명이 몰리고, 젊은 노인이 나이 든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라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도 생겨났습니다. 이게 먼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저는 파이어족의 꿈을 내려놓으면서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빨리 은퇴하는 것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제대로 키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쌓지 못하면 결국 하기 싫은 일 두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게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돌봄 분야입니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날 텐데,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같은 돌봄 직업은 수요가 분명히 증가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직업의 처우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급여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높여준다면, 한국인 돌봄 인력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노후 서비스의 질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 교육비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학벌 하나에 모든 걸 거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대기업 신규 채용이 급감한 지 오래고, 좋은 스펙보다 실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채용 문화로 이미 바뀌었습니다. 자녀에게 무한정 투자하느라 정작 부모 노후 준비를 놓치는 것은, 결국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노후 준비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생활비를 계산해보고, 부동산에 쏠린 자산 구조를 점검해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연금 수령액이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면, 퇴직 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저도 지금 당장 저축 여력이 크지 않지만, 방향을 잡고 조금씩 움직이는 것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사이에는 나중에 큰 차이가 생긴다고 믿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오늘 본인의 가계 자산 비율부터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자산 운용 및 연금 계획은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